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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만나서 가장 마음이 짠해지는 순간은 녀석들의 부실한 식사 시간을 목격할 때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 보니, 도저히 음식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살기 위해 집어삼키는 모습을 종종 본다. 살점도 남아있지 않은 닭뼈를 소중한 듯 씹거나, 빈 자장면 그릇을 핥는 길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저런 것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것도 한두 번이고, 생쥐나 작은 새 따위를 사냥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텐데… 길고양이는 무얼 먹고 살아갈까?하지만 그런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길고양이가 있는 곳에는, 그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이 꼭 있었기 때문이다.손님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슬며시 뿌려 주는 가게 주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고양이용 사료를 대포장으로 사다가아파트를 돌며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부대 근처에서도 이른바 ‘짬밥’을 얻어먹으러 오는‘짬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이 있단다.  내가 처음으로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을 만난 곳은 안국동근처의 한 구멍가게 앞이었다. 구멍가게 주인이 근처로 마실 오는 길고양이에게 종종 먹을 것을 챙겨주곤 해서,이 가게 자리는 고양이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가게 잡동사니를 쌓아둔 캐비닛 밑에는 늘 길고양이 한두 마리가‘식빵 자세’를 한 채 졸곤 했다. 고양이는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이런 모습으로 쉬지 않는다.몸 아래 네 다리를 접어 넣으면, 적이 나타나도 재빨리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기척이 들리면 움찔하며 겁먹은 길고양이만 보다가, 이런 넉살 좋은 녀석들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간과 길고양이 사이에서도 상호 신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걸보여주니까
길고양이에게도 숨은 사연이 있다 종로 생선구이집 골목에서도, 손님들이 먹다 남긴 생선을 고양이 은신처로 슬그머니 던져 주는 아주머니가 있었다.아주머니가 화단 앞으로 다가오면, 길고양이들은 환영의 표시로 꼬리를 깃대처럼 바짝 들고 마중하러 나왔다.한 녀석은 아주머니를 발견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엄마에게 보채는 아이처럼 울어댔다.“고양이가 얼굴을 알아보네요?” 하고 신기해하니, 아주머니는 한술 더 떠 근처 길고양이의 이름과 내력까지 들려주셨다. “여기 어린 녀석은 비라고 부르는데, 어미가 새끼 두 마리만 데리고 가 버려서 혼자 남았어요. 이웃 길고양이들이 거둬 먹이고 돌봐서 만큼 컸지 뭐. 저기 검은 고양이도, 황토색 줄무늬 고양이도 친부모가 아니에요.” “저 녀석은 부비부비 하면서 하도잘 따라서 부비라고 불러. 그런데 새끼를 가졌나봐, 아무래도 몸이 무거워 보이더라고요.이렇듯 남은 음식을 나누며 ‘길고양이 푸드뱅크’ 역할을 도맡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비를 들여 고양이 사료를사다 먹이는 분들도 적지 않다. 좀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길고양이 TNR(포획Trap→중성화 수술Neuter→방사Return)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뿐 아니라, 중성화 수술과 사후 관리, 새끼들의 입양까지 책임지는 ‘고양이 아줌마’들이 있어서 길고양이 복지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다 꾸준히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다 보면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지만, 돈이 들고 몸이 고된 것보다 힘든 일이 있단다. 바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왜 지저분한 길고양이가 꼬이게 밥을 주냐?”며 핀잔을 주는 것도 모자라, 밥그릇을 치워버리거나 몰래 쥐약을 놓는 경우도 있을 정도란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생각도, 어찌 보면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인간이 도시에 거대한 빌딩을 세우고 도로를 닦으며 살아왔듯이, 길고양이는 인간이 거들떠보지 않는 도시의 뒷골목을 스스로 개척해 길을 닦고, 주어진 길 위에서 열심히 살아갈 뿐인데말이다.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고양이 세계에도 인간사 못지않은 희로애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기만 할 때는 알 수 없던 고양이들의 사연은 밥 주는 분들의 ‘중계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렇게정겨운 이야기 속에 살아 숨쉬는 길고양이는, 더 이상 이름 없는 도둑고양이가 아니다. 녀석들도 인간처럼 섬세하게 감정을 느낄줄 알고, 사랑 받으면 되돌려줄 줄도 아는 동물이란 걸,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분들에게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그분들께 참 고맙다. 인간이나 길고양이나, 모두 팍팍한 세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줬으니 말이다
[Tip]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 알아두면 좋은 점1. 밥보다 귀한 것은 깨끗한 물이다.도시의 길고양이에게 밥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깨끗한 물이다. 맑은 물을 자주 먹기 힘든 길고양이는 신장병에 걸리기쉬울 뿐만 아니라, 오염된 물을 먹어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길고양이 물 주기’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들을 돌볼 수있는 방법이다. 물을 갈아줄 때는 남아있는 물을 비우고 그릇을 잘 닦은 뒤, 새로 물을 부어준다. 2. 안심하고 숨을 수 있는 곳에 밥그릇을 놓는다.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 밥을 두면 길고양이가 마음 놓고 먹기 힘들다. 길고양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밥그릇을치워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라면 화단 깊숙한 곳에 밥그릇을 놓거나, 벽에 비스듬히 기댄 판자 뒤에 놓아주면 사람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고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3. 소금기가 없는 음식을 준다. 고양이 용품 쇼핑몰에서 8kg 들이 대포장 사료를 17000원 선에 판매한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저가형 사료에도고양이에게 필수 성분인 타우린은 들어 있으므로 유용하다. 사료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소금기가 없는 음식을주어야 한다.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간을 한 음식은 좋지 않다. 4. 우유는 주지 않는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새끼 고양이가 우유를 맛있게 핥아먹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우유는 고양이에게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는데, 이는 어린 고양이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동물병원에서 파는 고양이용초유라면 모를까, 시중에서 파는 우유는 주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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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에 마음이 끌려 그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07년 1월 길고양이 사진과 이야기를 모은 책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펴내면서 길고양이 사진전을 함께 열었다. 현재 어린이 잡지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겨레신문 ‘매거진 Esc’에 동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일본이나 그리스처럼 길고양이가 행복한 나라에 오래 머물며 그들의 사진을 찍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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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개(wing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