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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멜로 드라마
우먼센스 기사전송 2009-03-25 09:02 최종수정 2009-03-25 11:12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순정 연기를 잘하는 박신양, 제멋대로라서 매력적인 남자 현빈, 청춘의 순박한 떨림을 주로 연기한 이병헌, 욕심이 없는 남자의 불안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선균.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멜로 연기에 대한 근거가 여기 있다.


박 신 양
그러니까 나도 희주 같았다. 붕대가 풀리면서 그 사이로 상두의 눈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단 말이다. 1998년 겨울, <약속>을 보면서 펑펑 운 건 사실 약간 부끄러운 기억이다. 영화 자체는 “이래도 안 울래?”라고 을러대는 듯 젊은 여자 의사와 깡패 두목 사이의 눈물겨운 신파였다. 그러나 상두 역에 당시 신인 박신양을 캐스팅한 건 가장 근사한 모험이었다. 그때 붕대를 풀면서 드러난 눈이, 쌍꺼풀이 진하고 부리부리한 눈이었다면 그렇게까지 마음이 내려앉지 않았을 것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꾸미지 않은 그 눈은 참으로 맑아 보였다. 박신양이 오열 연기라든지 분노 연기를 선보일 때는, 연극을 보는 듯 살짝 과장된 인공성 때문에 그리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멜로 연기를 할 때, 상대 여배우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할 때, 특유의 진지한 말투와 그 꾸미지 않은 눈이 주는 진정성은 참으로 크다. <약속> 이후 그 느낌을 다시 받은 건 드라마 <바람의 화원> 에서였다. “우리, 마치 부부 같구나.” 아직 윤복이 여성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홍도가 주저하며 입을 여는 순간, 내 가슴은 다시 두근거렸다. 확인할 수 없는 그 비밀 앞에서 홍도 박신양이 묘하게 흔들릴 때마다 나는 역사를 뒤바꿔서라도 홍도와 윤복을 연결해주고 싶었다. 1990년대 초반 TV 드라마에서 김혜수와 나한일이, 혹은 그녀와 길용우가 연인으로 등장했을 때의 그 거북살스러운 느낌이 박신양에겐 없다. 그의 맑은 눈 때문이라고 우겨보고 싶다. 김용언(<씨네21> 기자)

이 선 균
<커피프린스 1호점>이 후반부로 갈수록 심기를 건드린 건 카페라는 엄연한 직장이 은찬(윤은혜 분)과 한결(공유 분)이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언제라도 그만두고 내키면 돌아올 수 있는 사랑놀음의 장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한성과 유주(채정안 분)는 와락 키스도, 버럭 고백도, 저릿한 작업도 없지만 감정은 깊었고 둘 사이의 균열은 결정적인 사랑을 보여주었다. 서로에게 절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정리해야만 한다면 그것 또한 수긍하는 현실적인 사랑 말이다. 한성 역의 이선균은 처음 만난 현실적인 남자였다. 그가 CF에서 보여준 이미지처럼 단순히 부유하고 댄디한 어른 남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건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분명 비음이라는 결점을 매력으로 호환시킨 목소리가 한몫했겠지만. 그러다가 <달콤한 나의 도시>를 보곤 오싹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오랜 세월 ‘평범함’이라는 가장(假裝)을 뒤집어쓴 ‘김영수’ 역의 이선균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을 자극하는 남자였다. 일단 우열부터 재고 보는 남자들의 습성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남자였다. 남자들 사이에선 약한 놈보다 더 하찮게 여겨지는 남자랄까. 하드보일드 탐정이나 <한성별곡>의 ‘정조’를 연기한 안내상처럼 피곤과 짜증에 전 남자가 섹시한 경우는 있었지만 흐릿한 남자의 불온하고 은밀한 매력을 만나기란 어렵다. 김영수의 정체가 폭로되기 전 너무 반듯하고 깍듯할 때조차도 여자들은 이선균에게서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한 기운을 감지하고 바짝 긴장했다. 물론 이건 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여자들만이 아는 세계니까. 홍지은(영화 칼럼니스트)

이 병 헌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5만8천 가지의 방법이 있겠지만, 멜로 연기에는 분명한 교집합이 있다. 목소리 그리고 눈. 이병헌은 그런 면에서 ‘멜로’라는 장르를 위해 태어난 배우다. 그의 눈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고,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달고 부드러운 음색은 경계의 체를 성기게 만들어버린다. 사랑하는 여자와 처음 여관방에 앉아서 딸꾹질을 해대던 <번지점프를 하다>의 순수한 1980년대 대학생 인우도, 미숙함을 숨기기 위해 노인 같은 말투를 고집하던 <내 마음의 풍금>의 젊은 선생도, <그 해 여름>에서 시골 아가씨에게 반해 어쩔 줄 모르던 서울 대학생을 연기할 때도, 이병헌은 사랑의 초년생이 통과해내는 그 풋풋한 인상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주저하는 듯 말을 떼고 속도감 있게 몇 마디를 늘어놓다가 결국 끝을 조금씩 흐리는 이병헌의 서성이는 말투 역시 그 멜로적 긴장감을 배가하는 데 한몫한다. 극단적인 역할이 곧 훌륭한 배우라고 믿는 세간의 인식에서 이병헌은 오히려 전형적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배우다. 하지만 이 전형성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킨 그의 연기는 역으로 그 어떤 불타오르는 성격파 배우도 이르지 못한 독창적인 지점에 닿을 수 있었다. 나의 사랑 이야기란 원래 타자에게는 식상한 법이다. 그 뻔한 사랑을 특별한 순간으로 재현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멜로 영화에 기대하는 최고의 미덕일 것이다. 그리고 이병헌은 그 멜로의 세상에서 현재 가장 미더운 배우다. 백은하(웹진 <10 asia> 편집장)

현 빈
‘열심히’의 미덕은 이미 촌스러움의 산물이 됐다. 현빈은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낯 뜨겁게 “애기야~”를 외치지도 않고, “얼마면 되니?”라는 신파의 덫에도 걸려들지 않는다. 차갑고 결핍이 있는 왕자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지만, 그를 덥석 허세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우는 ‘나쁜 남자’의 카테고리에 집어넣기에도 영 석연찮다. 관망하는 듯한 무심한 눈빛과 건조한 말투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남자다. 삼순(김선아 분)을 사랑하느냐고 애타게 묻는 희진(려원 분)의 발을 닦아주며 “그 사람이랑 있으면 즐거워.”라고 태연히 말하는 남자. 따귀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낮게 울리는 그의 진심에 반론의 여지조차 끼어들 틈이 없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지오는 어제는 결혼하자고 했다가 오늘은 헤어지자는 식의 변덕스러운 남자다. ‘너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이별을 고했지만, 사실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통제하는 일이 더 중요했던 거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현빈을 보며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어오르는 까닭은 그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재능 있는 얼굴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빈에게는 매끈한 외피를 초월하는 특유의 ‘일상성’이 있다. 그는 밤도둑처럼 찾아와 뒤통수를 치는 인생의 법칙을 이미 한 번쯤 경험했을 것 같은, 생활 친숙형 ‘나쁜 남자’다. 그는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녀가 떠난 다음 날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레스토랑에 출근하고, 헤어진 그녀와 한 공간에서 버젓이 드라마를 만든다. 잔인하다. 안타깝게도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김현민(<스크린> 기자)


에디터 | 나지언
일러스트 | 김지희
자료제공_NYLON(나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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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이가 들기 전에 오빠의 절절한 멜로 연기를 볼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물론, 50대 60대의 로맨스 그레이가 되어 펼치는 멜로 연기도 기대가 되지만요.
지금 찍고 계시는 드라마도 그렇고 앞으로 줄줄이 개봉될 영화들이나
그 이후의 예정된 작품들 (G. I. Joe를 3편까지 계약하셨다던가요?)이
모두 액션이나 악역으로 나오는 작품들인지라
오빠의 숨막히게 가슴 먹먹한 눈빛이 더욱 간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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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개(wing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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