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빠, 우리 나라는 매너는 안 가르치고 예의만 가르쳐.”
무슨 얘길까요? 저희 가족은 지난해 1년간 호주에 가 있었습니다. 그건, 지금 돌아와 있다는 얘기죠.(흑..)
위의 얘기가 뭐냐 하면, 최근 한국 학교로의 전학 절차를 밟은 제 아들의 복귀일성입니다. 1년간 호주 공립 초등학교에 다녔던 아들놈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없었던 ‘비교 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겨울 귀국해 봄 방학 하기 전 며칠간 학교를 다닌 아들이 한국과 호주의 차이를 자기 눈높이에서 얘기했습니다.
“무슨 말이니?”
“한국 애들은 말야, 내가 무슨 얘기 하면 ‘누가 물어봤어?’라고 대답해.”
“그럼, 호주 친구들은?”
“걔들은 Oh, really? That’s good!(그래? 좋은데!)라고 해. 한국 애들은 너무 무례한 것 같아. 남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호주 애들은 어떤데?”
“아빠 알잖아? 내가 교실에서 처음 발표했을 때, 엉터리 영어로. 그때 내 영어 들으며 아무도 안 웃었어. 그리고 찰스(찰스는 반년 뒤 제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 10주 동안 연수한 한국 앤데 호주 애들이 부르기 좋으라고 임시로 지은 영어 이름입니다)가 왔을 때도 첨엔 무지 더듬었는데 아무도 안 웃었어.”
“왜?”
“웃었다간 혼나. 벌로 그날 점심시간에 나가 놀지 못하거든.”
“웃었다고 벌받아? 더듬는데 웃지 않으려면 힘들겠다 야~.”
“남이 얘기하는데 열심히 들어주지 않고 흉본다고 선생님이 혼내. 그리고 발표 끝나면 애들이 막 박수 쳐.”
“그런데, 선생님이 때리지는 않니? 거 있잖아, 사랑의 매!”
“아니, 절~대 안 때려. 그치만, 아빤 점심시간에 못 놀고 교실에 서 있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너도 혹시 못놀아봤냐?”
“그건 비밀이야.”
(너도 벌 섰구나. 짜식!)
“그런데, 예절만 가르친다는 건 뭐야?”
“우리 나라 어른들은 ‘어른들 보면 인사해라’ 하고 가르치기만 하고, ‘남들이 얘기하면 잘 들어줘라’ 하는 어른은 없어. 그러니까 형들이 자기들이 잘못하고도 동생들이 뭐라고 하면 ‘아쭈, 너 몇 살이야’ 하지.”
전에 외국인을 인터뷰할 때도 이 ‘몇 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서열의식에 대해 그는 아주 준열하게 비판했습니다. 그건 ‘문화의 차이’라는 상대주의적 관점을 인정한다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그 외국인의 주장이었습니다. 개를 먹든 고양이를 먹든 그것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게 어따 대고 건방지게”라고 하면 그것은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 인간 사이의 자유로운 의견소통을 방해하게 됩니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장유유서’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예의에 본질적으로 어긋나거나 해롭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같은 양보는 어른을 공경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건장한 사람이 노약자를 배려하는 인간적 차원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유아를 동반한 어른이 비행기에 먼저 타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서열의식을 벗고 인간이 인간을 동등하게 배려하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출처: http://kr.n2o.yahoo.com/NBBS/1513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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